타이포잔치 뉴스레터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타이포잔치 사이사이 2022-2023》 이후 벌써 두 달이 지났습니다. 잘 지내셨나요? 모두의 평온한 일상을 기원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이번 뉴스레터는 지난 《사이사이》에 함께하지 못하신 분들을 위해 행사 모습을 사진과 동영상 하이라이트 및 관객 리뷰에 담아 전합니다. 타이포그래피와 소리, 그리고 그 확장성에 주목했던 3일의 행사가 모쪼록 많은 분에게 흥미로운 영감의 시간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타이포잔치 2023》 워킹그룹은 이제 본 전시 준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내년 가을, 《타이포잔치 2023》을 통해 ‘사물화된 소리, 신체화된 문자’에 관한 더 다양한 이야기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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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포잔치 사이사이 2022-2023》
현장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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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2 〈연주할 수 없는 악보, 보기 위한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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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포잔치 사이사이 2022-2023》
관객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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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의 소리를 유형의 문자로 표현하면 어떤 형태일까?
무형의 말을 유형의 문자로 표현하면 어떤 형태일까?
무형의 말을 유형의 문자로 표현할 때 나/너/우리가 사용하는 규칙은 무엇인가?
유형의 문자를 무형의 소리로 변환하면 어떤 형태일까?
유형의 음표를 유형의 문자로 변환하면 어떤 형태일까?
소리가 사물화될 때 거치는 규칙은?
문자가 신체화될 때 거치는 규칙은?
문자가 문자의 체계를 벗어나 소리의 체계를 따른다면?
문자가 굳어진 체계를 벗어나 새로운 체계를 따른다면?
소리와 문자의 구조는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는가?
소리와 문자의 요소는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는가?
소리와 문자의 구조나 요소는 서로 대체 가능한가?
사물화된 책이 신체화를 거친다면 어떤 모습일까?
사물화된 시가 신체화를 거친다면 어떤 모습일까?
사물화된 문장과 악보의 범주는 어디까지인가?
《타이포잔치 사이사이 2022-2023》은 수십 개의 물음표를 남겼다. 시각 언어와 청각 언어의 구조/형태/규칙/관계/대상/주체/정의/사물화/신체화 등 미시적인 동시에 거시적인 카테고리의 물음표들이다. 우리는 그 질문을 통해 언어의 쓰임새를 의심하고 관찰한다. 당연하게 여겼던 언어를 낯설게 인식할 때, 우리는 언어의 확장성에 기대 새로운 인식의 지평으로 들어선다. 누구도 언어의 한계를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의미를 새롭게 규정하는 순간 해당 언어는 새로운 의미 영역을 개척하게 된다. 이번 행사로 우리는 당연한 것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타이포잔치 2023》은 또 어떤 물음표들로 우리를 흥분시킬지 기대해 본다.
김주애, 그래픽 디자이너(일상의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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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와정이 만드는 시각 예술 작업에서 문자는 종종 중요한 재료로 다뤄진다. 그중 올해 문자를 활용한 새로운 작업을 구상하는 중에, 문자와 기호가 가지고 있는 형상을 연구하며 구체시에 대한 리서치를 했던 기억이 있다. 알렉스 발지우의 〈음n음o음d음e음s음〉은 이런 개인적인 상황과 겹쳐 더 각별하게 ‘체험’한 강연이었다(그것은 공연의 형태와 닮아 있기에 체험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넓은 계단 형태의 팰릿에 앉은 관객들 사이사이로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던 관련 서적과, 강연의 구체적인 예시를 설명하기 위해 그 사이를 리듬 있게 활보하며 관객의 눈앞에 해당된 책을 펼치는 연사의 모습, 그리고 각각의 책들을 주위 관객에게 건네어 공통의 시간대에서 개별의 시간들을 불규칙하게 발생시키는 상황은, 선형 구조에서 벗어나 시공간과의 관계 속에서 문자의 의미를 전달하는 구체시의 태생적 속성을 은유하는 듯했다. 함께하지 못한 워크숍의 ‘타이포 성가(typochant)’를 상상하며 〈시s시o시u시n시d시i시n시g시〉와 〈음n음o음d음e음s음〉의 관계를 새삼스레 깨닫는다.
로와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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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한 후 처음 맞는 《타이포잔치》 관련 행사였고, 평소 음악과 그래픽의 접점에 관심이 컸던 터라 네 개 프로그램에 모두 참여했다. 소리와 문자의 접점을 집요하게 파헤쳤던 3일을 ‘소리-사물-신체-음악-문자’라는 키워드로 정리해 본다.
소리
〈음n음o음d음e음s음〉은 소리 시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소리를 타이포그래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생각을 도와주는 강연이었다. 소리 시는 다양한 소리의 변화를 타이포그래피로 드러낼 수 있는데, 그 변화는 세 번째 프로그램에서 다룬 그래픽 기보와도 연결된다. 유기적으로 짜인 프로그램 중 첫 강연은 조그마한 질문을 눈덩이처럼 굴려 가며 크게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준 도입부였다.
사물 〈시s시o시u시n시d시i시n시g시〉는 사물을 두드려 보고, 소리와 문자를 채집하며, 그 과정을 타이포그래피로 풀어내는 워크숍이었다. 나는 서울로를 걸으며 각종 사물의 소리를 기록해 음원을 만들고, 그 음원의 악보를 구체시로 제작했다. 사물을 두드리며 얻은 새로운 질문에 음악적 욕심까지 더해진 워크숍이었다.
신체 〈문장 부호 이어말하기〉는 문장 부호를 노래하거나 연기하거나 연주하거나 혹은 ‘의도적인 문장 부호의 사용’을 보여주며 관객이 창작자의 의도를 되짚어 볼 수 있도록 했다. ‘신체화된 문자’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고, 특히 신체와 소리와 문자의 밀접한 관계는 성우 지망생인 이수성 님의 공연에서 극대화됐다.
음악 〈연주할 수 없는 악보, 보기 위한 음악〉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고전적인 악기로만 연주할 수 있었던 기존 악보와 달리 그래픽 기보가 등장하면서 악기의 범주가 넓어지고, 훈련받지 않은 사람도 악보를 읽고 연주가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나는 미디(MIDI) 작곡 프로그램의 파일도 악보가 될 수 있는지 등을 질문했는데, 돌아온 답은 “될 수 없다”였다. 하지만 연주의 주체를 사람이 아닌 기계로 상정한다면, 전파와 연주가 가능한 기록 매체로서 미디 작곡 프로그램 파일 또한 악보의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음악
문자를 소리로 변환하는 경우는 많지만 소리를 문자(타이포그래피)로 표현하고 그 과정을 들여다보는 기회는 흔하지 않다. 평소 가지고 있던 궁금증을 해소하는 동시에 개인적으로 ‘구체시는 그래픽 기보가 될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까지 나아갈 수 있었던 점에서 《타이포잔치 사이사이 2022-2023》은 고마운 행사였다. 내년에 이어질 《타이포잔치 2023》은 또 어떤 접점들을 만들어 낼지 궁금하다.
배성진, 학생(계원예술대학교 시각디자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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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간 진행된 《타이포잔치 사이사이 2022–2023》은 문자가 다양한 번역의 과정을 거쳐 신체화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두 번의 강연과 워크숍, 공연은 서로 질문과 답을 주고받는 듯 보였다. 강연 〈음n음o음d음e음s음〉이 ‘문자가 만드는 여백과 배치된 공간 사이사이는 어떻게 우리 신체를 움직이게 할까?’ ‘읽는 사람마다 그 문자를 어떻게 변주하고 즉흥적으로 바꿀 수 있을까?’라고 질문을 던지면, 공연 〈문장 부호 이어말하기〉가 연사들의 입을 빌려 자신이 직조한 문자를 발화하는 식으로 답을 했다. 그 발화의 힘이 어떤 것이었는지는 그 공간에 함께 있던 모두가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검은색 팰릿으로 가득한 공간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사람들, 은은하게 깔리는 음악과 활기찬 분위기는 디자이너들에게 계속 영감을 주는 한편, 함께 이야기되지 못했던 현상들을 한 공간에 모으고 대화를 나누기에도 최적화되어 있었다.
《타이포잔치 사이사이 2022–2023》은 결국 문자의 ‘날씨’와 ‘시간성’을 들여다본 행사였다고 생각한다. 문자는 지면에만 머무르지 않고 날마다 다른 온도와 얼굴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안녕, 사물화된 소리! 안녕, 신체화된 문자!
이주현, 그래픽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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