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포잔치 뉴스레터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여름의 끝에서 《타이포잔치 2023: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이하 《타이포잔치》)의 첫 소식을 띄웁니다.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 조직위원회는 ‘타이포그래피와 소리’라는 새로운 주제어와 함께 여덟 번째 《타이포잔치》 예술 감독으로 박연주 디자이너를 선임하며 2023년 가을 서울에서 열릴 《타이포잔치》를 향한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타이포잔치》의 첫 일정은 프리 비엔날레인 《타이포잔치 사이사이 2022-2023》(이하 《사이사이》)입니다. 《사이사이》는 9월 2일(금)부터 4일(일)까지 3일간 문화역서울284 RTO에서 열리며, ‘사물화된 소리, 신체화된 문자’라는 제목으로 강연·워크숍·공연을 통해 《타이포잔치》의 주제어를 여러 각도에서 탐색합니다.
이번 뉴스레터에는 2주 앞으로 다가온 《사이사이》 프로그램 안내와 함께 사전 예약 링크를 담았습니다. 더불어 예술 감독 인터뷰로 《타이포잔치》에 관한 밑그림도 그려 봅니다. 여덟 번째 《타이포잔치》의 여정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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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사이 2022-2023:
사물화된 소리, 신체화된 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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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9월 2일(금) 오후 7시–8시 30분 장소. 문화역서울284 RTO |
연사. 알렉스 발지우(교육자/글 쓰는 디자이너) 진행. 신해옥(타이포잔치 2023 큐레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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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n음o음d음e음s음〉은 문학·출판·디자인을 아우르며 폭넓은 리서치와 방대한 아카이브 작업을 선보여 온 연사와 함께 문학 작품, 특히 시에 주목해 문자와 소리가 교차하는 지점들을 탐색하며 소리·시·그래픽 디자인을 광범위하게 연결한다.
이 강연은 소리 시의 타이포그래피적 에너지를 감각하는 워크숍 〈시s시o시u시n시d시i시n시g시〉와 짝을 이루며, 음악을 중심으로 문자와 소리의 관계를 들여다보는 〈강연 2: 연주할 수 없는 악보, 보기 위한 음악〉과도 완벽하게 공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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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9월 3일(토) 오전 10시–오후 1시
장소. 문화역서울284 RTO |
강사. 알렉스 발지우(교육자/글 쓰는 디자이너) 진행. 신해옥(타이포잔치 2023 큐레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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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워크숍은 소리 시(sound poetry)를 배우고 직접 지어도 보는 흥미로운 시간을 통해 타이포그래피의 열린 에너지를 경험한다. 참가자들은 토요일 아침, 문화역서울284 주변을 산책하며 도시의 소리와 문자를 채집하고, 타자기·복사기·가위 등을 활용해 채집한 소재를 감각적으로 재구성한 뒤 결과물들을 한 데 모아 ‘타이포 성가(typochant)’를 완성한다.
참가자 준비물: 녹음을 위한 휴대 전화나 태블릿 피시, 편한 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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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9월 3일(토) 오후 4시–5시 30분
장소. 문화역서울284 RTO |
연사. 신예슬(음악 비평가) 대화. 신동혁(그래픽 디자이너) 진행. 여혜진(타이포잔치 2023 큐레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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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는 소리를 불러내는 기호로 가득 차 있지만 어떤 악보는 그로부터 벗어나 다른 길로 향한다. 그들은 기호를 읽는 대신 눈으로 보기를, 그리고 소리 내는 대신 머릿속에서 상상하기를 요청한다.
이 강연은 서양 음악사에서 형성된 문자적 악보의 긴 흐름과 20세기 들어 달라진 기보 양상을 소개하고, 특히 그래픽 기보를 매개로 1950-1960년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기보 실험을 들여다본다. 강연 후에는 디자이너가 대화자로 참여해 타이포그래피와 음악의 접점에서 다양한 사례를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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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9월 3일(토) 오후 4시–5시 30분
장소. 문화역서울284 R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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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 p.m.
‘점點’ 하나에 울고 웃는, ‘월점치기’라는 ‘업業’
김민정(편집자/시인) |
연사가 시인으로 편집자로 문장 부호를 쓰고 지움에 있어 그간 어떻게 작업을 해왔는지 분야별 도서의 다양한 실례를 보여주고 각각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그 변화무쌍한 과정을 함께 좇아 나간다. 그 시간 속에서 저마다 알고 있고 쓰고 있던 문장 부호를 스스로 다시금 바라보게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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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p.m.
문장 부호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말하는 방법
이수성(성우 지망생/전직 작가) |
성우들은 대본에서 대사뿐 아니라 호흡의 양, 호흡의 속도, 호흡의 온도 같은 요소들까지 읽어 내 이를 말로 재생한다. 대부분 대본을 쓴 사람과 그것을 읽고 연기하는 사람이 다르기 때문에, 음악에서 악보가 그렇듯 같은 대본을 100명이 읽으면 100가지 다른 목소리가 만들어진다. 대본을 쓴 작가가 상상한 말은 과연 정확하게 재생될 수 있을까? 텍스트를 읽고 말로 재생하는 과정에서 문장 부호는 어떤 역할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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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 p.m.
문장 부호의 권력:
줄임표로 처리되는 말들에 관하여
신인아(그래픽 디자이너) |
영화감독 라울 펙은 다큐멘터리 〈야만의 역사〉(Exterminate All the Brutes, 2021)에서 “역사적 서사는 모두 침묵과 뒤엉켜 있다”라고 말한다. 침묵당한, 듣지 않기로 결정한 목소리는 어떻게 들을 수 있나? 그것은 완전히 다른 방식의 듣기를, 언어를, 이해를, 세계를 요구한다. 연사는 그래픽 디자인의 서사에서 침묵을 해체해 온 여러 사례를 공유하며 과연 우리는 들리지 않는 목소리와 대면할 용기가 있는지, 그 말들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 질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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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 p.m.
문장 부호에 진심인 편
채희준(글자체 디자이너) |
디지털 조판 시스템에서 문장 부호는 종종 능동적인 타이포그래피 재료로 활용된다. 디자이너가 텍스트를 다룰 때 고려하는 문장 부호의 타이포그래피적 역할과 함께, 폰트 제작자와 사용자의 접경 지대에서 문장 부호가 어떤 시각적 논의를 발생시키는지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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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 p.m.
가사지 뒷면의 쉼표, 줄―표 / 빗금
이랑(아티스트) |
질문. 줄글이 가사가 되려면?
답.
- 노래 박자에 맞춰 줄글을 낭독한다.
- 1을 반복하며 글자 사이사이 숨 쉴 구간을 찾아 표시한다.
- 호흡에 맞게 단어를 바꾸거나 글자 수를 다듬는다.
- 줄글 위에 표시한 것들을 지우고 남은 글자만 새로 타이핑한다.
- 가사 완성.
이랑의 노래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기 시작했다〉의 가사 창작 과정을 시청각 자료와 함께 복기하면서 노래가 위의 과정대로 만들어졌는지 확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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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 p.m.
작지만 전부 들리도록
서경수(음악가) |
드럼은 두드려 소리를 낸다는 점에서 가장 원초적인 악기다. 밴드에서 드럼은 흔히 멜로디 악기를 보조한다고 여겨지지만 리듬을 주도하는 드럼의 박자가 흔들리면 연주 전체가 흔들린다. 바로 그런 점에서 드럼은 단어와 단어 사이에 맥락을 부여하고 서술의 리듬을 관장하는 문장 부호와 닮아 있다. 〈문장 부호 이어말하기〉의 피날레는 때때로 모호하고 부정확한 언어 대신 너무 명확해서 오히려 언어가 되지 못하는 음악*, 그중에서도 재즈 드럼의 독백으로 《사이사이》 행사장의 공기를 서술한다.
*위화, 『문학의 선율, 음악의 서술』, 문현선 옮김(푸른숲, 2019), 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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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문장 부호 이어말하기〉에는 디자인 스튜디오 1-2-3-4-5 가 ‘문장 부호 통역사’로 참여해 연사들의 발화나 연주에서 감지한 문장 부호를 실시간 그래픽으로 스크린에 띄운다. 1-2-3-4-5는 ‘문장 부호의 실제 모양은 사용하지 않는다’라는 규칙 아래 각각의 발표 내용과 짝을 이루는 문장 부호 그래픽 세트를 개발했다. 행사장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말)소리의 간격·강약·호흡 등에서 문장 부호를 유추해 말과 음악의 흐름 사이사이에 그래픽을 얹으며 음가 없는 문장 부호를 시각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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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주 예술 감독에게 듣는 《타이포잔치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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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타이포잔치》 주제어는 ‘타이포그래피와 소리’이다. 주제를 어떤 방향에서 접근하고 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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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가 문자가 되고, 문자가 소리가 되는 구조 안에서 생각을 발전시키고 있다. 소리가 받아쓰기·타이핑·인쇄·코딩 같은 과정을 거쳐 시각화 혹은 사물화되고, 문자가 재생·낭독·퍼포먼스·공연 등의 행위를 통해 신체화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질문이 발생한다. 특히 문학, 음악, 혹은 시각 예술이 청각성을 지면에 어떻게 시각화하는지, 문자나 기호를 바탕으로 소리가 만들어질 때 시간·공간·신체는 어떻게 다루어지는지, 혹은 소리가 문자로, 문자가 소리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소거되거나 생성되는 것들은 무엇인지, 그 요소들의 충돌·틈새·교차 등이 모두 가능성의 영역이다. 더 직접적으로는 폰트와 소리를 연결하는 여러 시도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내년 《타이포잔치》는 아마도 이런 요소가 서로 교차하고 연결되는 작업들을 위주로, ‘연결 짓는 예술’로서 타이포그래피를 선보이게 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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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사이》 제목인 ‘사물화된 소리, 신체화된 문자’도 그러한 생각의 연장선인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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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화된 소리, 신체화된 문자’는 곧 있을 《사이사이》의 제목이기도 하지만 내년에 있을 본 전시까지 끌고 갈, 《타이포잔치》 전체를 관통하는 개념이다. 《타이포잔치》를 만드는 이들뿐 아니라 관람하실 분들도 ‘타이포그래피와 소리’에 관해 미리 생각해 보고 익숙해질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이사이》는 문학·음악·시각 예술을 중심으로 《타이포잔치》 주제어가 가진 역사나 배경, 맥락과 가능성에 관해 함께 생각하고 여러 관점을 공유할 수 있는 자리로 기획했다. 다양한 각도에서 문자와 소리의 관계를 함께 탐색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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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동안 강연, 워크숍, 그리고 〈문장 부호 이어말하기〉라는 공연이 진행된다.
첫 번째 강연에는 문학·출판·그래픽 디자인의 교차점에서 방대한 리서치와 아카이브 작업을 해 온 연사를 초대했다. 문학, 특히 구체시(concrete poetry)·소리 시(sound poetry)·시각 시(visual poetry)의 경계를 가로지르고 실험적이고 선구적인 예술가들의 작품을 넘나들며 타이포그래피와 소리의 가능성을 살펴본다.
두 번째 강연에서는 ‘보는 음악 혹은 읽는 음악’이라는 주제어 아래 음악 비평가와 함께 그래픽 기보를 중심으로 소리의 시각화 및 음악과 타이포그래피의 접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마지막 프로그램인 〈문장 부호 이어말하기〉에는 여섯 분의 연사가 등장하지만 발표라기보다는 공연에 가깝다. 디자이너·편집자·음악가·성우 지망생·연주자 등 여러 창작자가 각각 10분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의 분야에서 ‘문장 부호’를 다뤄 온 경험을 공유한다. 문장 부호는 글자와 달리 소릿값이 없는 기호이지만 문학이나 음악 작품에 시간성과 청각성을 부여하고 그 자체로도 표현력을 획득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소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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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감독으로서 《타이포잔치》에서 성취하고자 하는 것, 이를테면 지향점은 무엇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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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을 주는’ ‘경계를 잇는’ ‘의문과 사유를 발생시키는’ ‘과잉 없는’ 같은 말들이 떠오른다. 영감은 생각의 작은 균열 같은 것이고, 경계를 잇는다는 것은 타이포그래피를 매개로 여러 영역과 결합을 시도하는 것 또는 그런 창작자들을 발굴하는 것과 관련 있다. 의문과 사유를 불러일으키는 작업은 모든 창작자의 궁극적인 바람일 테고, 과잉 없음은 전시 구성·참여자 선정·공간 디자인·연계 프로그램 구성 등 《타이포잔치》의 시작부터 끝까지, 전시가 끝난 후 폐기물을 처리하는 데도 적용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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